Da Vinci's Pen

춘자(@SWERVINSEA)님 글 커미션


망각의 범람 앞에 훼손되지 않는 사랑은 없다. 친애를 갉아먹는 야망. 수지에 맞지 않는 다정. 산란하는 물결의 파편 속 발음했던 영원은 나날이 무뎌지고, 독점으로 명명한 애정은 성가신 암초로 전락하는 순간. 불가항의 파도 아래 차란차란히 부서지는 안온 속에는 지난날의 찬란이 있다. 수면 위로 난반사하던 우윳빛 포말과 이지러지는 물보라. 육신의 불안마저 부드럽게 끌어안던 보랏빛 체온. 광활한 바다에서 태어나, 푸름 아래 가장 순수한 소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산산이 파훼한 저주의 굴레. 금빛 서약은 불가침의 효력을 잃었고, 빛바랜 사장沙場엔 무용한 추억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당신을 사랑하기에, 배반으로 얼룩진 망각을 기꺼이 들이킨다. 더 이상 우리가 우리로 남을 수 없다 하더라도, 자처해 존재로서의 구속을 깨트린다. 선홍빛 심장을 도륙 하는 칼날을 환대하는 두 팔. 자유의 선사는 속절없는 애정의 증명. 사건의 지평선이 될 망각의 바다로 기어코 투신하는 것. 드넓은 창해滄海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알았으니, 나는 이 사랑의 익사체溺死體로 떠오를 새벽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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