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Vinci's Pen

- 우리 헤어질까요?

  유우의 말이 계속해서 귀에 맴돌았다. 아즐은 작성해 내려가던 서류 하나를 찢어먹고 나서야 펜을 들고 있던 손을 책상 위에 순순히 내렸다. 집중이 되질 않는다. 자신이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음에도, 유우가 마음을 접고 순순히 물러나 줬는데도 왜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 을 전부 뒤집어 놓고 있었다.
  사실 약을 받아 삼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또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에게 고백해 올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멋대로 포기하게 했으면서, 그녀의 감정과 고백에 안주하고 있었던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이기적으로 군 건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즐은 끊임없이 유우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분명 안도했다. 제 생각보다 큰 감정은 아니었구나, 드디어 이 관계를 포기했구나, 하고. 이기적인 의문은 눌러두고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감정은 잊힌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무엇을 잊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아즐은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집중이 안 되겠네요.”

  결국 쌓여있는 서류를 두고 아즐이 밖으로 산책하러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바람은 선선하고 지금 시간에 일어나 있는 이도, 일어나 있더라도 나올만한 이도 거의 없을 것이라 역시 바깥은 한적했다. 바람결에 살랑이는 머리칼을 정리하며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복잡한 심경도 조금은 정리가 된다는 생각이 들 때쯤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향이 있었다.
  어렴풋한 바다의 향, 거기에 익숙하게 품에 가두고 있던 것들을 놓쳐 버리고서야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향이. 생각도 전에 몸이 움직였다. 느린 걸음이지만, 한 걸음씩 향을 좇아서 점점 급해지는 발걸음에 심장이 뛰었다. 사랑한다고 했던 그 목소리만큼은 이렇게나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당신은 어째서 이별을 고했는지, 이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 이별이라는 단어로 ‘나’를 위해 스스로를 찢어 버린 건 아닌지. 지금,

“유우.”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모퉁이를 돌아 향에 도달한 아즐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 흔적을 지울 거라면 온전히 지우고 갈 것이지. 바닥에 남아 있는 작은 발자국을 쓰다듬으며 아즐이 눈을 내리감았다.

“지금은 사랑하지 않습니까?”

  답이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던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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