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SWERVINSEA)님 글 커미션
창백한 사장沙場 위로 쌓이는 무수한 생의 껍데기. 파리한 발끝을 할퀴는 배반의 상흔. 오랜 망각으로 이룩한 삶 속으로 조석潮汐처럼 범람하는 사랑의 파란波瀾. 환대하듯 두 팔을 벌리며 자신을 오롯이 끌어안던 체온은 어느덧 잿빛 포말에 바스러지고, 가장 앳된 진심을 도려내 구사했던 한 철의 고백은 군청색 수면 위를 유구히 표류했다. 새로이 탄생하는 파도에 산산이 허물어져가는 기억의 단편. 유우는 아즐을 사랑한 순간부터, 그가 살아갈 이 생의 궤적이 오래도록 바다를 향할 것을 알았다. 그렇게 유우는 해안의 미아迷兒가 되길 택해왔다. 날 것의 애정을 문질러 지우던 고의도, 더는 산란하지 않는 금빛 맹세도, 벼려진 기억의 선단을 쥐어 제 심부를 꿰뚫던 순간마저도……. 마침내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켜켜이 쌓인 망각을 또 한 번 삼키며 아즐에게 영원한 자유를 선사했다. 푸른 바다를 가르던 두 개의 물살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이에게, 야망과 실리를 추앙하면서도 오직 나만은 사랑하지 못하는 그에게, 광활한 회귀의 지평을 거닐면서도 차마 잊지 못할 나의 바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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