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Vinci's 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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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는 레몬 사탕 맛이 난다며, 정말로?

첫 키스를 하게 된 경위

유우의 고백 이후,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지도 어언 수개월. 둘의 연애 사실은 NRC의 새로운 화제에 등극했습니다. 첫 번째는 ‘그’ 아즐 아셴그로트가 사랑을 한다는 소식, 두 번째는 그 상대가 바로 낡은 기숙사의 감독생이라는 사실이 여러 학생의 궁금증을 자극했기 때문이에요. 몇몇 이들은 정말 안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멋대로 입을 놀리거나, 이미 할 건 전부 했을 것이라며 가벼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어요. 유우도, 아즐도 그런 소문들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저러다 잠잠해질 소문이었기도 하거니와, 저 중 사실에 들어맞는 건 반절 정도밖에 없거든요.

둘은 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손잡는 것 이상의 스킨십을 한 적이 없었어요. 아즐이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유우가 묘하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거든요. 눈치가 빠른 아즐은 유우가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만 알고, 유우의 의사를 존중했습니다. 유우에게 매너 있는 남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였겠죠. 하지만 그만큼 동시에 유우의 입술을 머금고, 살짝 상기된 숨을 공유하고 싶은 욕정 또한 대단해서…. 비 오는 어느 날, 아즐은 유우를 모스트로 라운지로 초대해 순수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당신에게 입을 맞추고 싶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귀 끝과 대비된 아즐의 진지한 목소리에, 유우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지만, 곧 사뿐히 눈을 감으며, 아즐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키스할 때의 상황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도 지금 이곳이라면 감히 침범하지 못합니다. 빗소리를 대신하여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소음만이 라운지를 가득 채워요. 아즐은 약간 버석한 유우의 아랫입술을 혀로 훑고, 그대로 입술을 맞댑니다. 최근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더니, 자신이 사준 립케어도 제대로 못 바를 정도로 여유가 없는 모양이에요. 다음엔 좀 더 보습이 오래가는 것으로 바꾸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즐은 살짝 고개를 모로 기울여 유우의 입 안을 더욱 깊이 탐합니다. 유우는 축축한 살덩이가 자기 아랫입술을, 도톰한 입술 사이를, 그리고 미끈하게 자신의 치열을 훑는 것을 생생하게 느껴요. 으응. 하며 비음을 흘려도 그것마저 아즐이 먹어 치우듯 하며 키스를 이어 나갑니다.

키스할 때, 아즐의 심정

태연자약한 행동과는 달리, 아즐의 심장은 생애 가장 큰 박동으로 뛰고 있어요. 문어는 심장이 세 개라던데, 그 특징이 인간의 모습에도 적용되었다면 지금쯤 모스트로 라운지 밖을 지나가는 학생에게까지 자기 심장 소리가 들렸을 것입니다. 새초롬하게 눈을 감은 유우와 손을 깍지 껴 맞잡고, 입을 맞추고, 서로의 호흡을 공유하며 체온을 맞추다니…. 며칠 전의 아즐로서는 상상도 못 할 풍경입니다. 답지않게 자신만 들떠 있는 모습을 보인 다면 영 신사적이지 못 할 테니,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키스를 리드해요. 여러모로 긴장했지만,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중간마다 입을 떼며 유우의 호흡을 체크하는 섬세한 모습도 보여요.

키스할 때, 유우의 심정

유우는 좀처럼 자신의 흥분을 숨길 수 없어요. 표정은 태연자약하지만, 자연스레 가빠지는 호흡과 조금씩 아즐의 셔츠를 움켜쥐는 손끝, 열이 잔뜩 오른 귀 끝이 유우의 들뜬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아즐은 이것이 유우와 첫 키스겠지만, 유우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번 ‘첫 키스’ 를 할 때마다, ‘올해’ 만난 아즐의 입술을 처음으로 머금을 때마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이마에 빨갛게 열이 올라요. 이것 또한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 중 하나인 걸까. 생각하면 아즐은 그 빈틈을 능숙하게 헤집고 들어옵니다. 얽히는 손가락, 농밀하게 닿아오는 미끈한 혀와 달뜬 아즐의 숨결…. 훗날 아즐이 자신에게 어떤 제안을 해올지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달콤함에 흠뻑 빠집니다. 그야,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엄쳐 나가야 하는지는 아직 아즐에게 배우지 않았거든요.

키스하는 장면을 들켜버렸다! 누구에게?

둘의 입이 몇 번이고 맞닿다 떨어지던 와중, 그 광경을 고스란히 시야에 담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우에게 과제 유인물을 전달하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에이스입니다. 처음에는 아즐에게 협박이라도 당하는 줄 알았어요. 유우가 곤란한 상황이 되면 적당히 상황을 무마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이스는 모스트로 라운지의 희멀건 기둥 너머로, 둘이 서로의 어깨를 붙들고 영화의 연인처럼 짙은 숨을 공유하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하고 맙니다. 입을 헤벌레 벌리며. 학교에 돌던 모든 소문이 진실이었다고 착각하고 마네요.

키스 장면을 목격한 사람의 반응은?

에이스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립니다. 자신이 둘의 은밀한 시간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들킨다면, 분명 내일쯤 머리에 말미잘이 달려 바다 밑으로 묻힐지도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이 때문에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숨을 죽여서 모스트로 라운지를 나옵니다. 에이스는 아즐과 유우가 교제한다는 소문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즐의 이미지를 생각해 본다면, 연애 놀음이니 하는 것은 생각조차 안 할 줄 알았거든요. 유우 본인도.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느라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게 고작 몇 주 전입니다. 그런데 달뜬 얼굴로 입 맞추는 둘을 보고 있자니, 속았다는 마음에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어요. 적어도 자신에게는 이야기해주지, 하며 유우에게 괜히 얕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나름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들켜버렸다! 아즐의 반응

아즐은 슬그머니 사라지는 에이스의 뒷모습을 목격한 모양입니다. 키스하다 숨을 잘못 삼켜, 한참이나 딸꾹질해야 했어요. 정보망이 빠른 에이스의 특성상, 자신과 유우의 교제가 사실이었다는 새로운 소문이 학교에 돌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그걸 생각하자니, 조금 전까지 유우의 혀가 들어 있었던 입 안이 괜히 씁쓰름해지는 기분이에요. 뭐, 자신이야 유우와의 관계가 돈독하다고 소문날수록 이득이니…. 당장 에이스를 붙잡아 추궁할 생각은 없습니다.

들켜버렸다! 유우의 반응

유우는 아즐의 반응을 보고 ‘누군가에게 들켰다.’ 정도만 깨닫습니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니, 붙잡아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 조금 더 유의할 걸 그랬다며 유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어요. 아즐과 자신에 대한 소문이 부풀려져봤자 그 한계는 명확합니다. 한창때의 남자 고등학생들은 곧 있을 문화제며 매지프트 월드컵 등에 관심을 빼앗길테니까요. 게다가 유우에게 붙어 따라다니는 여러 소문에 비하면, 연애 사실 정도는 소문의 범주에 들어가지도 않아요. 굉장히 태연자약하고, 익숙한 일을 마주한 듯 덤덤합니다. 그런 반응에 오히려 아즐이 더 놀라는 분위기네요.

그 이후, 첫 키스의 후기

침입자의 여부와 상관 없이, 둘은 충분히 낭만적인 첫 키스를 마쳤어요. 키스 이후, 차분한 어조와는 다르게 아즐의 뺨이며 귀 끝이 삶은 것처럼 잔뜩 붉어져 있었다는 사실은 유우만의 또 다른 비밀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빗소리 대신 거대한 수조 속 물고기들의 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키스했던 이 기억은 아즐에게 있어서 잊히지 않을 첫 키스가 될 것입니다. 유우에게는 아니라는 점이 조금 마음 아프지만요. 하지만 유우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인 경험이었어요. 지금이 바로, 아즐과 아무런 제약 없이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니까요. 저주에 관계 없이, 진실로 좋아하는 이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유우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즐의 순수한 애정 표현을 충분히 만끽해요.

추가질문

Q. 이후 이 사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플로이드와 제이드는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어요. 때문에 아즐의 색다른 반응을 보며 재미있어합니다. 오랜 소꿉친구가 스킨십 하나에 얼굴을 붉히는 건 보기 쉬운 장면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사람 보는 눈 까다롭던 아즐이 어째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세계인을 자신의 곁에 둘 생각을 했는지도 궁금하지만... 지금은 아즐의 풋풋한 연애생활을 구경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나의 유흥거리... 정도로 여기고 있네요.
듀스와 그림은 깜짝 놀랍니다. 단순한 소문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니... 에이스와 마찬가지로, 왜 자신들에게 귀띔이라도 해 주지 않았냐며 섭섭한 기색을 보여요. 어디 유우가 약점이라도 잡힌 것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유우가 모든 의혹에 답변해주고, 아즐이 정말 좋아서 교제하는 것이라고 답했을 땐 '유우가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네요.

Q. 이후에 스킨십이 늘어나게 될까요?
A. 이후로 스킨십 빈도가 크게 늘진 않아요. 이전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되, 이따금씩 연인처럼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의복 너머 체온을 느끼는 정도입니다.
각자의 스케쥴을 최대한 존중하는, 성숙한 연애 생활을 지속해요. 대부분 아즐이 먼저 다가가고, 유우가 수락하는 과정입니다. 때문에 아즐은 왜 유우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주지 않는지... 약간 속상한 마음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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