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Vinci's Pen

몽치(@mongchi_cmcm)님 타로 커미션


아즐과 유우의 첫 데이트


둘의 첫 데이트를 제안한 사람은 아즐입니다만, 데이트를 제안할 당시의 상황이 아즐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나봐요. 데이트를 신청하기까지 상당한 고난이 있었고, 심지어는 거절당할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으며, 겨우 얻어낸 유우의 시간은 주말 오후라는 짧은 시간뿐이었습니다.
본래 아즐은 투자한 것의 배의 이익을 얻는 남자였으나 어째 이번만큼은 시원스레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어요. 친구들은 그런 아즐을 놀리기 바쁩니다. 하지만 재고 따질 것 없는 아즐에게는 이마저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에요.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뽕(?)을 뽑겠다! 는 마음가짐으로, 유우와 함께할 데이트 플랜을 치밀하게 계획합니다.

그런 아즐의 제안을 겨우 수락한 유우. 사실 유우는 아즐의 데이트 제안을 거절할 만큼 일정이 빡빡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학원장이 일을 부탁하는 횟수가 적어져서,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자신과 다르게 아즐은 바빠보였고, 바쁜 아즐의 시간을 자신이 뺏을 수 없다며 그간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해왔습니다. 실제로 모스트로 라운지는 최근 매출 성적을 나날이 갈아치우는 중이었으니까요.
속 터지는 아즐의 마음도 모르고,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던 유우는 마침내 아즐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야 이 이상 거절한다면, 아즐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 테니까요.
유우는 아즐과 같은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유우는 아즐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싶었고, 아즐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훗날 유우가 '돌아갈 때' 아즐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속사정을 아즐에겐 입 벙긋 하나 하지 않은 채로 데이트 신청을 거절해왔으니, 아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처럼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둘은 날 좋은 주말 오후를 함께하게 되었어요.

데이트 당일, 날씨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옮겨 놓은 듯 화창하고 아름답습니다. 초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드높은 하늘에서 잔잔히 흘러가는 흰 구름이 장관입니다. 약속 장소에는 아즐이 먼저 도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우가 도착했어요. 오늘은 비 예고도 없으니,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옷을 제대로 챙겨 입을 수 있었습니다.

아즐은 오늘의 데이트를 아주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기분이 착장에서 아주 잘 드러나고요. 평소보다 밝은 톤으로 코디해 옷을 맞추어 입었어요. 초겨울이지만 추위를 잘 타지 않기에, 유우보다 옷도 가볍습니다. 얇은 자켓에 깔끔한 라운드 티, 발목이 살짝 보이는 흰 바지와 로퍼의 조합이 캐주얼해요. 평소 아즐의 어른스러운 면모만 보아 오던 유우는, 제대로 소년다운 아즐의 착장에 조금 놀랍니다. 딱 제 나잇대 같아 보이는 아즐은 오랜만이거든요.

그에 반해 유우는 조금 도톰하게 옷을 챙겨 입었어요. 조금 어두운 색상이지만 그렇게 무거워 보이지 않는 착장, 적당히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와 어그부츠처럼 도톰한 신발이 도드라집니다. 덕분에 평소보다 아즐과의 키 차이가 더 난다고 해요. 캐주얼하고 가벼운 복장인 건 매한가지지만, 얇은 숄을 목도리처럼 둘렀습니다. 아즐은 그런 유우를 보며 벌써 추위를 타냐며 놀랐지만, 유우는 역시 인어들이라며 볼을 뿌 부풀렸다네요.

두 사람은 한가로이 데이트를 즐깁니다. 오후가 되어 거리에 사람이 복작거리지만, 둘은 손을 꼭 잡고 거리를 자유로이 누볐어요. 둘은 함께 점심을 먹고, 거리에서 마술 쇼를 구경하며-아즐이 유우에게 살짝 마술의 비밀을 속삭여 주는 바람에, 유우는 급격히 재미가 없어졌다고 합니다-즐겁게 시간을 보냈어요. 학교 통금 시간이 있어 짧은 시간밖에 함께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있는 힘껏 알차게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인형 뽑기 가게를 발견합니다. 큼지막한 인형들이 여기저기 박스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유우는 홀린 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즐은 계획에 없던 가게 방문에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았지만, 유우가 큰 오징어 인형을 보고 눈을 빛내자 따라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징어 인형을 자꾸만 만지작대는 유우와 옆에서 문어 인형이 더 귀여울 것 같지 않느냐고 중얼대는 아즐을 보던 주인이 한 번 뽑기에 도전해 볼 것이냐고 물어보아요. 그렇게 아즐은 체면도 세울 겸, 유우에게 특별한 선물도 해줄 겸 뽑기에 참여합니다. 고무총을 쏘아 일정 점수를 넘기면 문어 인형과 오징어 인형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해요. 아즐은 보란 듯 문어 인형을 얻어, 유우에게 선물해 줄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생전 처음 해 보는 공기총 쏘기는 실패로 끝났고, 두 사람은 빈손으로 학교행 버스에 탈 수 밖에 없었어요.

버스로 돌아오는 길, 유우도 아즐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유우는 단지 많이 걸은 탓에 피곤했지만, 아즐은 인형을 뽑지 못한 자신에게 유우가 실망한 줄 알고 시무룩해져 있었어요. 대강 마법 구슬을 쏘는 감각을 생각했는데, 직접 총을 쏜다는 건 다른 느낌이구나. 그렇게 아즐은 경험을 얻고 기운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둘은 오늘 최고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특히 아즐이 유우를 데려간 가게의 새우 파스타는 정말 맛있어서, 유우는 다음에 그림을 데리고 오기로 마음먹었어요.

두 사람은 낡은 기숙사 현관 앞에서 헤어집니다. 유우가 아즐을 거울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아즐은 한사코 거절했어요. 대신, 다음에 또 이렇게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느냐 묻습니다. 아즐의 이야기를 들은 유우는 고민합니다. 이대로 아즐이 계속 자신에게 다가오게 두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전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할까... 고민하던 유우는 결국, '가능하다면.' 이라는 어중간한 답을 내어 버렸어요. 기대에 찼던 아즐이 금세 시무룩해지는 게 보였지만, 유우는 아직 연인으로서의 아즐을 받아들이기에 생각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만약 유우가 아즐과 같은 평범한 17세의 학생이었다면, 거리감 따위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텐데... 유우는 아즐이 사 준 노란 머리핀을 만지작대며, 낡은 기숙사로 들어가요. 유우에게 있어서 새삼 아즐과 자신이 다른 세계, 다른 시간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고 하네요.

아즐은 기숙사로 돌아와, 그대로 침대에 눕습니다. 길었던 오후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 아즐의 머릿속에는, 유우에게 완벽한 데이트를 선사하지 못했다는 생각 뿐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완벽한 데이트를 선사해 주겠다고 다짐해요. 물론 유우가 '다음'을 수락해줄 지 말 지는, 지금의 아즐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요...
아즐은 조금 더 마음을 느긋히 먹기로 다짐합니다. 아직 자신이 학교를 졸업하기까지는 이 년이나 남았으니, 충분히 아즐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기다린다면 유우는 자신의 마음에 보답해 줄 거예요. 사랑의 마법이니 하는 것들은 아즐에게 있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아즐은 충분히 유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었으니까요. 이제는 결과만을 기다릴 때입니다. 아직 순진한 소년의 머리로, 아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본래 어른 못지않게 사업가의 면모를 보이는 아즐이지만, 유독 유우와 함께 있으면 제 나잇대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진 아즐과 달리, 유우는 데이트 이후 더욱 갈등하게 됩니다. 오늘 오후는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어요. 이미 가 보았던 거리와, 가 보았던 가게들도 아즐과 함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롭게 보였습니다. 특히 따사로이 노을이 질 때 아즐이 보여 주었던 그 미소는, 유우의 심장을 한 번 더 가라앉게 만들기에 충분했어요.
유우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이대로 아즐의 손을 잡아 바다로 걸어들어갈지, 끝까지 육지에 두 다리로 서 있다가 또다른 여행을 떠날 지... 낡은 기숙사의 고스트는 그런 유우를 보고, 즐거운 데이트를 다녀왔으면서 왜 이렇게 표정이 좋지 않느냐고 걱정하기까지 해요.
아마 당분간 유우는 고민을 계속할 거예요. 자신의 이 선택 하나로, 미래가 완전히 바뀐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정말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제 3의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약 아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드넓은 수조 속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던 것처럼 자신을 도와 줄까...생각이 작은 머리 안에 가득 차 흘러 넘칠 것만 같습니다. 여러모로 즐겁고, 심란한 하루였다고 해요.

추가질문


Q. 둘이 데이트를 한 시기가 사귄 뒤 대략 언제쯤일까요?
A. 사귄지 얼마 안 된 시점 같아요. 때문에 유우는 아즐과 사귀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아즐은 드디어 유우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아즐은 이후 데이트 리벤지에 성공하나요?
A. 나름 성공하지만, 아즐이 바라는 것처럼 '완벽한' 데이트는 이룰 수 없었어요. 꼭 날이 궂다거나, 예약한 식당이 문을 닫았다거나 하는 등 해프닝이 하나씩 벌어지고야 맙니다. 아즐은 완벽한 자신의 계획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유우는 오히려 그런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즐이 보이는 반응이 귀엽다고 생각하거든요.

Q. 이후 아즐이 유우에게 문어 인형을 따로 선물할까요?
A. 아즐은 이후 문어 인형을 갖고 싶었던 거냐며 은근히 운을 띄워 보지만, 유우는 괜찮다며 거절합니다. 그만큼 큰 인형을 빨래할 세탁기도 없고, 그 전에 그렇게 큰 인형을 침대에 둔다면 자신이 잘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요. 하긴, 그 문어 인형은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였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납득하는 아즐과 별개로, 인형이 아니어도 문어는 귀엽다고 생각한다며 슬쩍 덤을 붙이곤 살랑살랑 떠나가는 유우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아즐은 그 날 오후 내내, 문어 인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씨익 미소를 짓고 다녔어요. 플로이드는 아즐이 또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다며 질색했습니다.
🦈 : 겍, 아즈루 마타 헨나 에가오 시테루...

Q. 아즐과 유우의 데이트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A. 플로이드와 제이드는 아즐의 일이니 아즐이 알아서 하겠지~ 라는 반응입니다. 큰 관심이 없어 보여요. 한술 더 떠 아즐이 연애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건 조금 재미있어 보이지만, 역시 데이트 제안이 성공했을 때의 득의양양한 모습은 재수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왕이면 유우가 계속 데이트를 거절해, 아즐의 더 재미있는 표정을 보고 싶다고 해요.

에이스와 듀스는 처음에 아즐과 유우가 사귀는 게 그저 거짓말에 불과한 소문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야 유우는 그런 일을 겪어 두고, 아즐과 멀쩡히 연인 행세를 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소문은 사실이었고, 에이스와 듀스는 진지하게 유우가 협박을 당했는 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또한 처음에는 유우를 걱정했으나... 아즐이 그간의 행실에 사과하는 의미로 애플 파이나 크림 조개찜 같은 것을 한가득 싸 오자. 알고 보니 좋은 녀석이었다며 평가를 180도 뒤집었어요. 여러모로 둘의 연애는 주변으로부터 환영보다는 걱정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수국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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